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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C 포커스/ 해운과 조선에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하다
MEIC 포커스/ 해운과 조선에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하다
  • 해사신문
  • 승인 2017.08.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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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선복과잉에 운임시황 장기 침체 등 해운산업은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해운산업과 맞닿아 있는 조선업 역시 기대하던 유가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다 전반적인 수주 저하로 유동성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해운과 조선 두 산업이 갖는 시장의 구조적인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대로 동력을 상실하면 어쩌나 걱정이 커진다. 기존의 시각으로는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지금 당장 타개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황산화물(SOx)과 질소산화물(NOx), 선박평형수 등에 관한 환경규제 적용시점이 임박해오면서 조선업에는 항행 선박의 설비변경이나 신조 발주물량 창출이 기대되고는 있으나 비용절감 압박을 받아온 선주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고 농사를 지을 논밭에 댈 물을 하늘에서 떨어질 빗물에만 의존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항상 들어맞는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문자 그대로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고 했다. 시황의 개선만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아예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고민하고 오히려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여해야 할 시점이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글로벌 선도 해운선사들이 변화와 혁신을 기술개발에서 찾고 있는 와중에 유동성 위기에 몰린 국내선사와 조선소들이 자칫 메가트렌드로부터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산업에 부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피해갈 수 없는 이상, 그 메가트랜드의 실체와 이면에 잠재된 현안들을 한번쯤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18세기 획기적인 기술발전을 통해 영국에서 비롯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산업혁명은 산업은 물론, 사회와 경제구조에도 일대 변혁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후 미국 Ford社의 컨베이어 벨트와 제어장치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컴퓨터가 전체 공정을 통합하여 제어하는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 기술을 거쳐 독일의 제조업에서 파생된 4차 산업혁명인 Industrial 4.0에 이르게 되었다. 과거 세대를 거쳐 발전하던 기술의 탈바꿈은 이제 한 세대에서도 여러 번의 변모를 보여주는 초스피드 시대에 접어들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감이 있지만 해운업과 조선업에도 이러한 시대적 패러다임 전환은 예외가 아니며, 시장을 선도하는 선사들의 요구와 조선소들의 기술개발이 어우러진 스마트 선박(smart ship)은 변화를 실현하는 실마리가 될 것임이 유력하다.

스마트 선박은 현존하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가 총망라된 결합체이다. 스마트 선박은 엔진과 제어장치, 그리고 각종 기관 등이 생성하는 운항정보를 위성을 통해 관제센터에 전송하여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선내에서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여 원격으로 선박의 상태를 진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구조체계를 갖는 것이 핵심이다. 소위 선박자율운항시스템과 원격관제시스템, 그리고 이들 시스템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센서 등의 기술이 집적된 첨단 결합체가 스마트 선박이다. Rolls Roys社 Oskar Levander 부사장이 무인선박에 필요한 요소기술은 이미 개발 완료단계에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이 이제는 실제 운항(용)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환경. 국제 법규범과 표준 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한 단계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미 국내 빅3 조선소들의 요소기술 개발이 진행되어왔다. 현대중공업은 연비나 배출가스 등을 고려해 최적의 운항 상태를 유지하면서 각종 기자재에 이식된 센서를 통해 이상여부를 진단, 원격 통제가 가능한 기술을 2011년 개발하였다. 이어서 2015년에는 하역, 육상 운송까지 가치사슬을 연계하는 Connected Smart Ship 프로젝트를 통해 해운업에까지 기술적용 범위를 확대하였으며, 2016년에는 선박운항을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해 선박의 운항효율성과 기자재 수명을 연장하는데 활용하는 Ocean Link 프로젝트도 마친 상태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컨테이너의 공습사슬을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를 집적하여 분석을 통해 하역, 보관, 운송 등 개별 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회비용을 절감하는 기술개발이 대규모 데이터를 보유한 기관과 신생(start-up)기업 등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 한편에서는 선박의 운항데이터를 실시간 축적하여 빅 데이터를 구축하고,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을 통해 이들 데이터로부터 유의미한 패턴이나 규칙을 발견하여 선박 용대선과 운임 협상에 활용하려는 실험들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 정립된 KDD(Knowledge Discovery in Database)를 해운업 현장에 접목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서 기존시장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본 NYK社는 자사선박에 구축한 선박정보관리시스템에 집약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연료절감과 CO₂ 배출을 감소시켰다고 발표했고, K-Line社도 13.6%의 탄소배출 절감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스마트 선박에 적용되는 기술들의 적용원가가 낮아지고 초창기 신기술을 수용한 선사들의 비용절감 효과가 확산된다면 굳이 국제환경규제가 아니더라도 해운업과 조선업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메가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만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 창출될 미래를 준비해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스마트 선박에 적용되는 기술들이 최적의 원가구조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고, 기존의 방식을 단기에 바꿀 경우 전반적으로 촉발될 전환비용(switching cost)도 예상을 넘어설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무인선박의 경우 돌발 상황이나 해적 행위가 가해질 경우 통제 불능에 빠질 위험이 크며, 그로 인해 파급될 수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보다 면밀한 접근과 대비가 필요하다. 인간의 최고가치인 안전(safety)을 우선하여 기술이 100% 보장하지 못하는 위험을 사전에 도출하고 국제적인 규범과 표준을 만들어내는 일과 장기적 안목에서 양성되는 핵심인력에 대한 교육과 방향에 대한 고민도 병행되어야 한다.

다만, 산업혁명이 산업만이 아니라 사회와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이 기술을 통한 변화가 기회와 위기를 함께 동반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브리태니커 사전의 경우처럼 회사의 꽃이었던 인쇄부서가 CD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계륵으로 전락하고, 알짜배기 입지로 부러움을 샀던 버스정류장 앞 레코드가게가 MP3의 출현으로 하나둘씩 자취를 감춰버린 기억을 갖고 있다. 기술혁신이 기존시장의 지위구조를 바꾸고 특정 수요를 사라지게 하는 현상을 Peter Drucker는 그의 저서 ‘Managing in the next society’에서 ‘노른자위 걷어내기’라고 표현했다. 해운업과 조선업에도 노른자위 걷어내기가 닥칠 수 있는 만큼 예견되는 문제를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분별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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